
“규제해도 집은 산다” 동탄 '셔세권'은 멈추지 않았다
규제 발표 직후 전자계약 잇따라 “이미 예상한 규제였다”
뒤늦은 규제에 시장은 선반영 전문가 “풍선효과 반복될 가능성”
정부가 경기도 화성시 동탄구와 용인시 기흥구, 구리시를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이른바 ‘삼중 규제’를 전격 발표했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예상과 달랐다. 시장은 이미 규제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인 채 움직이고 있었고, 발표 직후에도 매수 계약은 예정대로 체결됐다. 규제가 시장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 6월 30일 정부는 동탄구와 기흥구, 구리시를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규제지역 지정은 7월 1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5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같은 날 찾은 경기도 화성시 동탄구 목동 일대 공인중개업소에서는 "이미 예견된 조치"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한 공인중개사는 "정확히 6월 말에서 7월 초 사이 동탄이 규제지역으로 묶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며 "매수 대기자 대부분은 이미 지난주까지 계약금을 송금해 놓았고, 규제 발표가 나오자마자 전자계약으로 거래를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른바 '셔세권'으로 불리는 이 지역의 매수자 10명 가운데 8명 정도는 1990~1995년생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에 근무하는 고소득 실수요자"라며 "대출 규제가 강화되더라도 내 집 마련 계획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 수요층"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와 접근성이 뛰어난 목동 일대는 규제 발표 당일에도 거래가 이어졌다.
인근 T공인중개사는 "주말부터 다음 주 규제 가능성을 안내하며 계약금 10%를 미리 준비하도록 권했다"며 "발표 직후 바로 전자계약을 체결한 사례도 있었다"고 전했다.
반도체 호황 기대에 집값 급등 규제보다 시장이 빨랐다
동탄 집값은 지난해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이 규제지역으로 지정될 당시 규제를 피하면서 상승세가 본격화됐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산업 확장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실수요가 꾸준히 유입됐다. 시장에서는 동탄을 대표적인 '셔세권'으로 평가하며 직주근접 수요가 가격 상승을 견인했다고 분석한다.
힐스테이트동탄 전용 84㎡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초까지 7억~8억원대를 유지했지만, 올해 5월에는 9억원대로 올라섰고 지난달에는 10억6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새로 썼다.
동탄역 인근 여울동과 청계동의 상승세는 더욱 가팔랐다.
청계동 대표 단지인 동탄역시범우남퍼스트빌 전용 84㎡는 지난해 규제 발표 이전 11억원 수준이던 실거래가가 이후 12억~13억원대로 상승했고, 올해 들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과급 지급과 사내 금융지원 등이 맞물리면서 18억6000만원까지 치솟았다. 현재 호가는 20억원 수준에 형성돼 있다.
“가격은 이미 올라갈 만큼 올랐다” 실수요자만 부담 커져
현장에서는 규제의 실효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았다.
동탄역 인근 O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여울동과 청계동은 이미 규제를 전제로 한 높은 호가가 시장에 자리 잡았다"며 "추격 매수가 이어지면서 가격 수준 자체가 한 단계 올라섰다"고 말했다.
이어 "매매가격이 전세가격에 비해 지나치게 높아진 상황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만으로 가격을 안정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규제가 가격 상승 이후 뒤늦게 시행되면서 결국 실수요자의 부담만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출 규제 강화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내 집 마련을 준비하는 신혼부부와 젊은 직장인들의 진입 장벽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규제는 수요를 이동시킬 뿐” 풍선효과 우려
전문가들은 규제 확대만으로는 시장을 안정시키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한 전문가는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는 일정한 정량 기준을 충족해야 지정할 수 있는데, 동탄은 그동안 화성시 전체 통계에 포함돼 있어 대응이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규제지역만 계속 확대하는 방식은 동탄 수요가 오산으로, 기흥 수요가 인근 지역으로, 구리 수요는 남양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를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며 "생활권이 연결된 비규제 지역의 가격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추가 대출 규제 가능성도 시사했다.
국토교통부는 규제지역 지정 발표 이후 가진 백브리핑에서 "현재 규제지역에 적용되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0%도 적정 수준인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향후 LTV가 추가로 강화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또다른 전문위원은 "고소득 직장인의 경우에도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자금 조달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며 "성과급 등 추가 소득이 없는 일반 실수요자는 집값은 오르고 대출은 줄어드는 이중 부담을 떠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규제는 발표됐지만 시장은 이미 한발 앞서 움직였다. 동탄 현장은 정부 정책보다 빠르게 반응했고, 실수요는 규제보다 입지와 미래가치를 선택했다. 결국 이번 규제가 집값을 안정시킬지, 아니면 또 다른 풍선효과를 낳을지는 앞으로 시장의 흐름이 답하게 될 전망이다.
문의 : 031-563-2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