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향은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습니다"…조향 교육의 새로운 기준, 미센트, 강미선 원장

800여 명 전문 인재 배출…실무 중심 조향교육으로 산업 현장 연결

▲ 서울 서초동 '미센트(MiScent)' 강미선 원장. 조향 교육과 향기 연구를 동시에 운영하며 국내 향기 산업 발전에 힘쓰고 있다.

 

최근 향기 마케팅과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조향은 단순히 향수를 만드는 기술을 넘어 화장품과 생활용품, 공간 디자인, 호텔, 패션, 전시 등 다양한 산업을 연결하는 전문 분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향기를 접하는 빈도에 비해 조향이라는 전문 직업과 향료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아직 일반인들에게 낯선 영역으로 남아 있다. 이에 시사와이드경제신문은 서울 서초동에서 조향 교육과 향기 연구를 동시에 운영하며 국내 향기 산업 발전에 힘쓰고 있는 '미센트(MiScent)'를 찾아 강미선 원장을 만났다.

 

미센트는 단순히 향수를 만드는 공방이자 조향학원이 아니다. 전문 조향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이자 향료를 연구하고 기업의 브랜드 향기를 개발하는 연구 공간이며, 산업 현장과 교육을 연결하는 실무 중심의 플랫폼이다. 강 원장은 2006년 국내 향료회사 연구원으로 첫발을 내디딘 이후 20년 가까이 향료 연구와 제품 개발, 기업 프로젝트, 교육을 이어오며 우리나라 조향 산업의 성장 과정을 현장에서 함께해 온 전문가다.

  

강 원장이 처음부터 조향사를 꿈꾸었던 것은 아니다.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하던 시절만 해도 조향사는 지금처럼 알려진 직업이 아니었다. 인터넷에서도 조향사자격증 관련 정보를 찾기 어려웠고 체계적인 교육기관도 거의 없던 시기였다. 그러던 중 학교 선배가 향료회사 조향 연구원으로 취업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그 이야기가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내가 만든 향이 화장품이나 샴푸, 생활용품에 적용돼 전국으로 판매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 제품을 사용하는 모습이 너무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그렇게 시작된 관심은 곧 진로가 됐다. 화학 전공을 바탕으로 국내 향료회사 연구원으로 입사한 그는 수많은 향료를 연구하고 제품 향기를 개발하며 실무 경험을 쌓았다. 연구실에서 축적한 경험은 자연스럽게 '더 많은 사람들과 이 전문성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2015년 미센트를 설립하게 됐다.

  

▲ 사진 = 미센트에서 연구 개발한 다양한 제품들

 

현재 미센트는 조향 교육을 중심으로 브랜드 향기 개발, 공간 향기 연출, 제품 컨설팅, 국내 자생식물 정유 연구, 대학 강의까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특히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의 국내 자생식물 정유 연구 자문을 10년 가까이 수행하며 우리나라 식물 자원의 향료 산업화에도 꾸준히 참여해 왔다. 또한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겸임교수로 재직하며 산업 현장의 경험을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미센트의 가장 큰 특징은 '향수를 만드는 법'만 가르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강 원장은 조향사를 단순히 향을 섞는 사람이 아니라 제품의 안전성과 기능성을 함께 설계하는 전문가라고 정의한다.

 

실제로 교육 과정에서는 향료의 특성과 조합 원리뿐 아니라 화장품, 샴푸, 바디워시, 섬유유연제, 디퓨저 등 제품별 특성에 맞는 적용 방법을 함께 다룬다. 여기에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환경부 기준, 해외 향료 규정, 알레르기 유발 성분, 사용 제한 향료 등 실무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법규까지 교육한다.

 

"향이 아무리 좋아도 안전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습니다. 조향사는 아름다운 향을 만드는 사람인 동시에 소비자가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설계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철학은 교육 과정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미센트의 교육은 주니어 퍼퓨머 과정부터 시니어 퍼퓨머, 마스터 조향사 과정까지 단계적으로 구성된다. 단순히 레시피를 따라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실제 향료회사 연구원들이 사용하는 연구 방식을 교육에 접목해 GC-MS 분석 데이터를 해석하고 직접 포뮬러를 설계하는 수준까지 실습이 진행된다.

 

강 원장은 무엇보다 '왜 이런 향이 만들어지는지'를 이해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향은 정답을 외우는 공부가 아닙니다. 향료 하나를 아주 조금만 늘려도 전체 인상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는 결과보다 과정을 더 많이 질문합니다. 왜 이렇게 변했는지, 다른 향료를 넣으면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를 계속 고민해야 결국 자기만의 향을 만들 수 있습니다.“

 

▲ 사진 = 미센트 교육 과정

 

그는 하나의 향이 완성되기까지는 수십 가지 향료를 조합하고 미세한 비율을 반복적으로 수정하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짧게는 몇 주, 길게는 수개월 동안 이어지는 실험은 실패의 연속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 모든 과정이 결국 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미센트는 향수를 만드는 기술보다 '조향사로 성장하는 사고방식'을 가르치는 데 더 큰 의미를 둔다. 실제 향료회사 연구원과 화장품회사 연구원, 향료회사 실무자, 프리랜서 조향사, 공방 창업자, 마케팅 담당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교육을 받기 위해 미센트를 찾고 있으며, 지난 10여 년 동안 800명이 넘는 수료생을 배출하며 국내 조향 산업의 인재 양성에 꾸준히 기여하고 있다.

 

▲ 사진 = 프로젝트 작업중인 강미선 원장     


강 원장이 교육만큼이나 오랜 시간 집중해 온 분야는 브랜드와 공간을 위한 향기 개발이다. 그는 향기를 단순히 좋은 냄새를 만드는 작업으로 보지 않는다. 브랜드가 가진 철학과 공간이 전달하고자 하는 감성을 하나의 향으로 번역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색감과 계절, 공간의 구조, 고객의 동선, 브랜드가 가진 이야기까지 분석한 뒤 가장 어울리는 향의 이미지를 설계하는 것이 조향사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가 워커힐 호텔 프로젝트다. 벚꽃길을 주제로 한 향기를 개발하면서 실제 벚꽃은 향이 강하지 않다는 점에 착안해 꽃잎의 부드러운 이미지는 파우더리 플로럴 계열로, 연분홍빛의 따뜻한 분위기는 피치 계열의 향조로 표현했다. 눈으로 보이는 풍경을 향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이었다.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진행한 전시 프로젝트도 강 원장에게는 잊지 못할 경험으로 남아 있다. 당시 그는 'Winter Forest'라는 작품을 선보이며 공간 전체를 하나의 향기로 완성했다.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색감과 눈 덮인 겨울 숲을 이미지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성경 속 동방박사가 아기 예수에게 바친 유향과 몰약을 실제 향료로 활용해 전시의 메시지와 향기를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그전까지는 제품에 향을 입히는 작업을 주로 했는데, 그 프로젝트를 통해 향도 하나의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향기가 공간과 작품을 완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보여준 의미 있는 작업이었습니다.“

 

▲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진행한 전시 프로젝트 'Winter Forest'

 

패션 브랜드 구호(KUHO)를 비롯해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하며 공간 향기와 제품 향료를 개발했던 경험 역시 조향사로서의 보람을 더욱 크게 만들어 준 순간이었다. 특히 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향이 정말 좋다"며 자연스럽게 감탄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강 원장은 "조향사에게 최고의 칭찬은 결국 '향이 좋다'는 한마디"라며 웃음 지었다. 수십 가지 향료를 수없이 조합하고 수개월 동안 반복 실험을 거쳐 완성한 향기가 누군가의 감정을 움직이는 순간, 그동안의 모든 과정이 보상받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연구 분야에서도 그의 행보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특히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과 함께 국내 자생식물의 정유 연구 자문을 약 10년 동안 수행하며 우리나라 식물 자원의 산업화 가능성을 넓히는 데 힘을 보태왔다.

 

그는 "그동안 연구가 축적되면서 국내 자생식물의 정유 데이터를 누구나 검색하고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됐다"며 "이제는 연구 단계를 넘어 기능성 화장품 원료와 향료 산업으로 연결되는 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연구개발 성과를 산업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과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 사진 = 미센트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은 확대되고 있지만, 실제 상용화 단계에서는 화장품 원료 등록과 안전성 검증, 각종 인증 절차 등 복잡한 규제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국내외 규제 기준의 차이까지 더해지면서 수출 과정에서도 예상치 못한 행정적 부담이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문제가 없는 천연 정유가 해외 일부 국가에서는 사용이 제한되는 사례도 발생한다. 제주 자생식물인 비자나무 정유처럼 국내에서는 활용 가치가 높은 원료라도 해외 규정과 충돌할 수 있기 때문에, 연구개발 이후 산업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이 더욱 확대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연구는 충분히 진행됐는데 양산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막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 기술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제도와 산업을 연결하는 과정이 조금 더 촘촘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사진 = 미센트

 

강 원장은 또 조향 업계가 과거보다 많이 개방됐지만 여전히 개선해야 할 부분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가 처음 프리랜서 조향사로 독립했을 당시만 해도 업계는 상당히 폐쇄적인 분위기였다.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일부 업체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다 보니 새로운 조향사가 생산 시설을 이용하거나 협업 관계를 만드는 일이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처음 시작할 때는 생산이나 여러 협업 과정에서 어려움을 많이 겪었습니다. 지금은 예전보다 프리랜서 조향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달라졌지만, 생산 인프라나 정보 공유, 협업 문화는 앞으로 더 활성화됐으면 좋겠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자연스럽게 후배들을 향한 조언으로 이어졌다.

 

미센트에는 지난 10여 년 동안 800명이 넘는 수료생이 거쳐 갔다. 그 가운데는 현재 향료회사 연구원으로 활동하는 사람도 있고, 화장품 브랜드를 운영하거나 자신만의 향수 브랜드를 론칭한 이들도 적지 않다. 일부는 국내 대형 유통망인 올리브영에 입점했고, 일본과 대만 등 해외 시장으로 수출하며 브랜드를 성장시키고 있다.

 

▲ 사진 = 미센트

 

강 원장은 특히 한 수강생의 사례를 인상 깊게 소개했다. 처음 미센트를 찾았던 그는 글을 쓰는 작가이자 에디터였다. 책에서 받은 감동을 향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조향을 배우기 시작했고, 이후 자신만의 향수 브랜드를 만들어 크라우드펀딩에 도전했다.

 

마침 코로나19를 거치며 국내 니치 향수 시장이 성장하기 시작했고, 그의 브랜드는 한 번의 펀딩으로 1억 원이 넘는 성과를 거두며 큰 주목을 받았다. 이후 올리브영 입점은 물론 일본 수출까지 이어지며 지금은 국내를 대표하는 향수 브랜드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또 다른 제자 역시 학생 시절부터 꾸준히 향료를 연구하며 자신만의 브랜드를 키워 현재는 올리브영 입점과 해외 수출을 동시에 이뤄내고 있다.

 

강 원장은 이러한 성공 사례의 공통점은 특별한 재능이 아니라 '꾸준함'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처음은 모두 비슷합니다. 누구나 어렵고 누구나 시행착오를 겪습니다. 그런데 결국 끝까지 꾸준히 한 사람들이 기회를 만나고 성장하더라고요. 기회는 언제 찾아올지 모르지만, 준비된 사람만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그는 수강생들에게도 늘 같은 이야기를 전한다고 했다. 단기간에 결과를 내려고 조급해하기보다 향료 하나를 제대로 이해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반복해서 실험하는 자세가 결국 가장 큰 경쟁력이 된다는 것이다.

 

강 원장이 오랫동안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말도 이와 닿아 있다. 조향을 시작하던 시절 한 선배가 건넨 "너는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앰버그리스 같은 사람"이라는 조언이다. 처음에는 거칠고 미숙하지만 긴 시간을 거쳐야만 깊고 귀한 향을 품게 되는 앰버그리스처럼, 사람 역시 꾸준한 배움과 경험을 통해 비로소 자신만의 가치를 갖게 된다는 의미였다.

 

그는 지금도 그 이야기를 제자들에게 전하며 "조향은 결국 시간을 견디는 사람의 일"이라고 말한다.

 

이번 취재를 통해 만난 강미선 원장은 향을 만드는 기술자이기 이전에 사람을 성장시키는 교육자였고, 연구와 산업, 예술을 하나로 연결하는 기획자이기도 했다. 향기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면서도 안전성과 과학, 법규와 산업 구조까지 함께 고민하는 모습에서는 오랜 연구자의 깊이가 느껴졌다. 무엇보다 "꾸준함이 결국 가장 큰 경쟁력"이라는 그의 철학은 조향 분야를 넘어 모든 전문 직업인에게도 깊은 울림을 전했다. 

감성의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향기를 과학과 연구, 산업의 언어로 풀어내며 국내 조향 문화의 저변을 넓혀가고 있는 미센트. 앞으로도 전문 조향사 양성과 국내 향기 산업 발전을 이끄는 든든한 거점으로 성장하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조향 교육기관으로 더욱 의미 있는 발자취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자세한 정보는 공식 홈페이지(미센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작성 2026.08.04 17:16 수정 2026.08.04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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