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칼럼] 227화 말복, 치킨집 사장님의 태도

사람은 완벽한 사람에게만 신뢰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실수한 뒤 책임 있게 행동하는 사람에게도 신뢰를 보낸다

오히려 그런 순간에 한 사람의 진짜 태도가 더 잘 드러난다

▲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ChatGPT]

 

실수는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지만, 그 이후의 태도는 오래 기억에 남는다.

말복이었다. 막바지 무더위도 보내고 가족과 함께 저녁도 먹을 겸 아내와 아들을 데리고 인근 지역의 치킨집으로 향했다. 처음 방문하는 곳은 아니었다. 이전에 한번 방문했을 때 음식도 맛있었고 응대도 괜찮았던 기억이 있어 다시 찾아가기로 했다. 퇴근 후 버스를 타고 가족과 함께 이동했다. 가게에 도착하니 예상대로 손님이 많았다. 복날이라 그런지 테이블마다 사람들이 가득했고, 배달 주문도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었다. 마침 딱 한 자리가 남아 있었다. '다행이다.' 우리 가족은 자리를 잡고 앉아 먹고 싶은 메뉴를 골라 주문했다. 가게 안의 상황을 보니 음식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았다. 기다리는 동안 나와 아내는 시원하게 맥주 한잔을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10분. 20분. 시간이 계속 흘렀다. 처음에는 바쁜 날이니 이해하려고 했다. '오늘은 복날이니까.' 주문도 많고 배달까지 계속 들어오니 평소보다 시간이 걸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30분이 지나고, 어느덧 40분 가까이 기다리게 되었다. 조금씩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기다림보다 더 아쉬웠던 것

아내는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며 나를 달랬다. 그래. 오늘 같은 날에는 주방도 정신이 없을 테니 조금 더 기다려보자. 그렇게 마음을 가라앉혔다. 잠시 후 기다리던 음식이 나왔다. 그런데 주문했던 메뉴와 달랐다. 오랜 시간 기다린 끝에 받은 음식이 잘못 나오니 순간 당황스러웠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 실수할 수 있다. 특히 손님과 주문이 한꺼번에 몰리는 날이라면 평소보다 실수가 생길 가능성도 높을 것이다. 나 역시 직장생활을 하면서 아무리 꼼꼼하게 확인해도 실수할 때가 있으니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런데 정작 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 것은 실수 자체가 아니었다. 그 이후의 태도였다. 잘못 나온 메뉴가 우리가 주문한 것보다 더 비싼 메뉴이니 그냥 먹으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셨다. 순간 기분이 상했다. 내가 원했던 것은 더 비싼 음식이 아니었다. 우리가 주문한 음식을 먹고 싶었을 뿐이었다. 원래 주문했던 메뉴로 다시 만들어줄 수는 있지만 10분 정도를 더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이미 40분가량 기다린 상황이었다. 결국 우리는 잘못 나온 메뉴를 그냥 먹기로 했다.

 

실수보다 태도가 남았다

식사를 하면서 계속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조금 다르게 이야기해 주셨다면 어땠을까.'

"많이 기다리셨는데 주문까지 잘못 나왔네요." "불편하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그 정도의 말 한마디였다면 어땠을까. 꼭 무언가를 서비스로 주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무료 음식을 제공하거나 가격을 깎아주는 것이 중요한 것도 아니다. 내가 아쉬웠던 것은 마음이었다. 그리고 그 마음을 보여주는 태도였다. 사실 손님도 가게가 바쁘다는 것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특히 복날처럼 주문이 몰리는 날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기다릴 수도 있고, 실수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실수가 발생한 뒤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손님의 마음은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실수라도 누군가는 이해하게 만들고, 누군가는 다시는 찾고 싶지 않은 기억으로 남게 만든다.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은 결국 태도인지도 모른다.

 

사람은 음식만 먹고 돌아가지 않는다

결국 우리는 양이 부족해 치킨 한 마리를 추가로 주문해 먹었다. 기다린 시간이 아깝기도 했고, 가족과 함께 나온 저녁 자리였기에 식사는 잘 마무리하고 싶었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와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집에서 가족과 우리만의 시간을 보내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날의 일이 계속 마음에 남았다. 치킨의 맛이 특별히 기억에 남아서가 아니었다. 오랜 기다림보다도, 잘못 나온 메뉴보다도 그 이후에 느꼈던 마음이 오래 남았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어떤 공간을 기억할 때 맛이나 가격만 기억하지 않는다. 그곳에서 어떤 말을 들었는지. 어떤 표정을 마주했는지. 내가 존중받았다고 느꼈는지. 불편한 상황에서 상대가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 그런 기억들도 함께 가지고 돌아간다. 그래서 좋은 공간을 만든다는 것은 좋은 상품만 준비하는 일로 끝나지 않는 것 같다. 사람의 마음까지 함께 살피는 일이 필요하다.

 

불편했던 경험이 질문이 되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니 불편했던 감정에서 또 다른 생각이 시작되었다. '나는 훗날 어떻게 해야 할까.' 언젠가 나는 나만의 찻집을 운영하고 싶다. 그곳에서 차를 대접하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내가 만든 프로그램도 함께하고 싶다. 그 모습을 떠올리니 이날의 경험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나라고 실수하지 않을까. 주문을 잘못 받을 수도 있고, 손님이 원하는 것을 놓칠 수도 있을 것이다. 바쁜 순간에는 나도 모르게 마음의 여유를 잃을 수도 있다. 아무리 잘 준비하고 연습하더라도 예상하지 못한 일은 분명 생길 것이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한 번도 실수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실수했을 때 어떤 태도를 보이는 사람이 되는가. 오히려 그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실수하지 않는 사람보다 인정할 줄 아는 사람

내가 잘못했다면 인정하고 싶다. 상대방이 불편했을 마음을 먼저 바라보고 싶다. 그리고 변명보다 먼저 진심을 담은 한마디를 건네고 싶다.

"많이 기다리셨는데 불편하게 해드렸네요."

"제가 놓친 부분입니다."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불편함을 줄여드릴 수 있을까요."

어쩌면 말 한마디로 이미 일어난 실수를 없앨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실수를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은 달라질 수 있다. 상대가 자신의 불편함을 알아주었다고 느끼는 것. 잘못을 피하지 않고 인정한다고 느끼는 것. 그 차이는 작아 보여도 생각보다 크다. 사람은 완벽한 사람에게만 신뢰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실수한 뒤 책임 있게 행동하는 사람에게도 신뢰를 보낸다. 어쩌면 오히려 그런 순간에 한 사람의 진짜 태도가 더 잘 드러나는지도 모른다.

 

바쁠수록 태도가 보인다

생각해 보면 누구나 한가할 때는 친절할 수 있다. 손님이 적고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충분히 신경 쓸 수 있다. 하지만 주문이 몰리고, 시간이 부족하고, 예상하지 못한 일이 겹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사람의 여유도 줄어든다. 바로 그 순간 태도가 드러난다. 급하다는 이유로 상대의 말을 대충 듣게 될 수도 있고, 실수를 인정하기보다 빨리 상황을 넘기려고 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나 역시 훗날 찻집을 운영하게 된다면 바쁜 순간을 더 기억하고 싶다. 손님이 많을수록 조금 더 천천히 듣는 것. 실수가 생길수록 한 번 더 상대의 마음을 생각하는 것. 내가 바쁘다는 이유로 상대의 불편함까지 작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바쁜 날일수록 태도는 더 중요해질 수 있다.

 

내가 만들고 싶은 공간을 떠올렸다

내가 꿈꾸는 찻집은 단순히 맛있는 차만 파는 공간은 아니다. 사람들이 잠시 머물며 자신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고, 마음을 쉬었다 갈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차의 맛만큼이나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중요할 것이다. 처음 방문한 사람도 편안하게 느끼고, 다시 찾아온 사람에게는 기억해주는 마음을 보여주는 공간. 무언가 잘못되었을 때 변명하기보다 먼저 불편함을 살피는 공간.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치킨집에서의 경험이 유쾌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훗날 내가 사람을 맞이하는 자리에 섰을 때 어떻게 행동하고 싶은지를 더 분명하게 만들어주었다는 점에서는 배움이 되었다. 불편했던 하루가 미래의 태도를 생각하게 해주었다.

 

함께 생각해볼 질문

나는 실수했을 때 먼저 인정하는 편인가, 이유부터 설명하는 편인가.

상대가 불편함을 이야기할 때 그 사람의 마음보다 내 상황을 먼저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내가 누군가에게 대접받았다고 느꼈던 순간에는 어떤 태도가 있었는가.

앞으로 사람을 맞이하거나 이끄는 자리에서 나는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결국 태도입니다

그날 치킨집에서 는 단순히 주문이 잘못 나온 일을 경험한 것이 아니었다. 사람이 실수한 뒤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나 역시 앞으로 수없이 실수할 것이다. 일에서도, 관계에서도, 언젠가 운영하고 싶은 찻집에서도 예상하지 못한 잘못을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완벽하게 실수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다. 실수했을 때 책임을 피하지 않는 사람. 상대가 느낀 불편함을 먼저 바라볼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진심을 담아 자신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그런 태도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손님이 다시 찾고 싶은 공간은 맛있는 음식이나 좋은 차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곳에서 자신이 어떻게 대접받았는지. 어떤 마음을 느끼고 돌아갔는지. 그 기억까지 함께 가지고 돌아가는 곳일 것이다. 훗날 내가 누군가를 맞이하는 자리에 서게 된다면 말복의 그날을 한번쯤 떠올리고 싶다. 바쁠수록 조금 더 천천히 상대의 마음을 바라보고, 실수했을 때는 변명보다 먼저 마음을 전하는 사람으로.

 

✍ ‘보통의가치’ 뉴스는 작은 일상을 기록하여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치를 전하고 있습니다.

작성 2026.08.31 22:35 수정 2026.08.31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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