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메로스의 영웅은 방패를 들고 싸웠다. 그리고 발뒤꿈치에 화살을 맞아 죽었다. 그리스가 이스라엘에서 사들이기로 한 방공망의 이름이 아킬레스의 방패다. 하필 그 이름이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약점을 가진 사내의 방패.
2026년 8월 31일 텔아비브의 이스라엘 국방부 청사에서 두 사람이 악수했다. 이스라엘 국방부 사무총장 아미르 바람과 그리스 국방투자무장총국장 이오아니스 부라스다. 계약 규모는 30억 유로, 약 35억 달러. 양국 사이의 최대 방위 계약이자 이스라엘 수출사에서도 손꼽히는 규모다.
그런데 이 악수에는 설명이 필요하다. 지금 이스라엘의 국제적 평판은 수십 년 만의 바닥이다. 퓨리서치센터가 2026년 6월에 낸 36개국 조사에서 응답자의 67퍼센트가 이스라엘을 부정적으로 본다고 답했다. 그리스도 다르지 않다. 이스라엘을 긍정적으로 본다는 그리스인은 30퍼센트에 그쳤다. 국민 다수가 등을 돌린 나라에서, 그것도 가장 민감한 영역인 무기를 사들인다. 아테네는 왜 그랬는가.
첫째 이유는 하늘에서 왔다. 2026년 3월 1일 자정 직후, 키프로스의 영국 공군 아크로티리 기지에 무인기 한 대가 떨어졌다. 키프로스 대통령은 그것이 이란제 샤헤드 계열이라고 밝혔다. 사흘 뒤 그리스 공군 F-16 두 대가 레바논 상공에서 키프로스로 향하던 무인기 두 대를 요격했다.
지중해 동쪽 끝의 그 섬은 그리스의 이웃이자 형제국이다. 그 하늘에 이란제 무인기가 날아들었고, 그것을 떨어뜨린 것은 그리스 전투기였다. 그때 아테네가 무엇을 느꼈을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이미 2024년, 이스라엘이 미국의 도움으로 이란 무인기와 미사일 300여 기를 떨어뜨린 직후 니코스 덴디아스 그리스 국방장관은 그리스도 자체 방공망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 발언이 2년 뒤 계약서가 되었다.
둘째 이유는 남쪽이 아니라 북쪽에 있다. 튀르키예다. 여기에 역사의 얄궂음이 있다. 1949년, 이스라엘을 승인한 첫 무슬림 국가가 튀르키예였다. 이스라엘은 오랫동안 주변 아랍국의 적대를 우회하려고 역내 비아랍 국가와 손잡는 전략을 써 왔다. 앙카라는 그 전략의 첫 번째 성공작이었다. 그 관계가 2008년 말 가자 공격 이후 금이 갔고, 이후 이스라엘의 점령지 정책을 둘러싸고 서서히 풀려나갔다. 2024년 튀르키예가 금수 조치를 취하면서 교역은 무너졌다. 두 나라를 잇는 직항편도 사라졌다.
빈자리를 그리스가 채웠다. 2025년 말 이스라엘과 키프로스와 그리스가 공동행동계획에 서명했다. 동지중해 가스전이 세 나라를 파이프라인과 해상 안보로 묶었다. 그리고 사람이 움직였다. 2025년 그리스를 찾은 이스라엘 관광객은 74만 4천 명이다. 튀르키예를 찾은 이스라엘인이 가장 많았던 2008년의 55만 8천 명을 넘어섰다. 안보가 먼저 가고 나머지가 뒤따랐다. 앙카라에서 그랬던 것처럼, 아테네에서도 그랬다.
그리고 셋째, 지중해가 진영으로 갈라지고 있다. 2026년 2월 22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각료회의에서 육각형 동맹을 꺼냈다. 이스라엘과 인도와 그리스와 키프로스, 그리고 이름을 밝히지 않은 아랍과 아프리카 국가들이다.
그로부터 여섯 달 뒤인 8월 7일, 메카에서 다른 서명이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튀르키예와 파키스탄이 맺은 공동방위협정이다. 한 나라에 대한 무력 공격을 세 나라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본다는 조항이 들어갔다.
두 서명 사이의 간격은 반년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여기 관련된 나라들은 거의 전부가 미국의 동맹이다. 앙카라도 손을 놓고 있지 않다. 튀르키예는 65억 달러 규모의 강철 돔 사업으로 자국산 다층 방공망을 만들고 있다. 지중해를 사이에 둔 두 이웃이 각자 자기 하늘에 지붕을 올리는 중이다.
그리스는 국내총생산의 3.5퍼센트 가까이를 국방에 쓴다. 나토 회원국 가운데 높은 축이다. 튀르키예와의 오랜 분쟁이 그 숫자를 만들었다. 계약서에 적힌 물건들을 보면 이 방패의 성격이 드러난다. 라파엘의 다윗의 물매와 스파이더, 이스라엘항공우주산업의 바라크 MX, 엘타의 다목적 레이더, 그리고 이 모두를 하나로 묶는 지휘통제 체계다. 무인기 방어용 드론 돔은 2600만 유로짜리 별도 계약으로 붙었다.
다윗의 물매는 올해 이란과의 전쟁에서 실제로 탄도미사일을 요격했다. 그리스는 핀란드에 이어 이 체계를 도입하는 두 번째 나라가 된다. 바람 사무총장은 이 계약이 "이스라엘의 기술적 우위와 입증된 실적"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이 문장에 이 거래의 전부가 들어 있다. 전쟁이 이스라엘의 평판을 무너뜨렸다. 그리고 같은 전쟁이 이스라엘 무기의 값을 올렸다.
이름에 관해 한 가지를 덧붙여야 한다. 덴디아스 장관의 설명에 따르면 아킬레스라는 이름은 우연이 아니다. 호메로스가 노래한 그 방패가 다섯 겹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스가 만들려는 방패도 바다와 땅과 하늘과 사이버와 우주, 다섯 영역을 덮는다. 그리스 기업 열아홉 곳이 참여하고 그 몫이 계약의 4분의 1을 넘는다는 것이 그리스 측 발표다. 완전 가동까지는 35개월이 걸린다.
여기까지가 사실이다. 이제 남는 것은 물음이다. 그리스 국민의 다수는 이스라엘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리스 정부는 이스라엘에 자기 하늘을 맡겼다. 이 두 문장은 모순이 아니라 나란히 놓인 현실이다.
앙카라에서 이미 그랬다. 튀르키예 여론이 이스라엘에 등을 돌린 뒤에도 두 나라의 안보 협력은 수십 년을 더 갔다. 시민이 광장에서 외치는 것과 관료가 청사에서 서명하는 것이 다른 층위에서 굴러간다.
나는 이것을 냉소로 읽고 싶지 않다. 무인기가 떨어진 그 밤에, 아크로티리 활주로의 구멍은 여론조사로 메워지지 않았다. 국가는 자기 하늘을 지킬 물건을 사야 했고, 시장에 나온 물건 가운데 실전에서 검증된 것을 골랐다. 그것이 국가가 하는 일이다.
다만 나는 그 이름 앞에서 자꾸 걸음이 멈춘다. 아킬레스는 방패를 들었으나 방패로 발뒤꿈치를 가리지는 못했다. 다섯 겹의 청동이 하늘을 덮어도, 덮이지 않는 한 뼘이 남는다.
그리스가 산 것은 하늘이다. 사지 못한 것은 신뢰다. 그리고 지중해에서 지금 얇아지고 있는 것은 방공망이 아니라 서로를 믿는 마음이다. 그것은 어떤 요격 미사일로도 지킬 수 없다.













